2025-05-11

책리뷰 - 기쁨의 집 (이디스 워튼)

릴리라는 인물이 속물에 황새 쫓아가는 뱁새였던 것은 맞고. 그래서 멍청한 행동만 계속하는 릴리에게 짜증이 났는데, 다 읽고 나니 셀던이 제일 싫다. 아주 그냥 의심의 캐릭터다. 

셀던의 '실험적' 방해만 없었더라면, 릴리는 진작에 결혼해서 잘먹고 잘살았을텐데. 꼬시는건지 아닌지 계속 헷갈리게 하면서, 우리가 결혼하려면 릴리에게 네가 뭔가를 포기해야한다고 끊임없이 현학적으로 빈정대고. 자신은 도대체 뭘 포기했지?

욕심 많은 로스데일에 비해 셀던이 뭐가 나은지...... 최소한 로스데일은 릴리의 허영을 뒷받침해줄 "능력"있고, 릴리의 진심을 알긴 알고, 돌아가는 상황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리고 도움은 안되었을 망정, 자신이 도울 수 있는 한에서는 릴리를 안타까워하고 도우려고 노력이라도 했다고. 문제는 릴리가 좋아하는건 어떤 이유에서인지 셀던이었다는게 문제였지.

그에 비해 셀던은 상황파악 안되고, 귀얇고, 부자도 아니고, 사치스러운 여자가 무서웠으면서도 또 눈은 높고, 자기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릴리보다 어쨋거나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릴리는 쓸모없는(?) 동정심/명예/허영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셀던에게 "증명" 했고, 결국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거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셀던이 릴리때문에 포기한건 끝까지 지켜봐도 하나도 없다. 

릴리가 화해를 청하자 셀던이 또 쌩뚱맞게 너 결혼하냐고 묻는 장면은, 릴리라는 인간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릴리가 자신의 결혼상대인가 아닌가에 대한 관심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순간은 릴리가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는 순간인 것을. 그걸 무슨 자기한테 사랑고백한거라고 생각한건지. 그것도 그 당장도 아니고 그 다음날 청혼을 하러 가는 것도 어이 없고. 또 마지막 순간까지 릴리가 쓴 편지를 보고 의심..야 됐다!! 소리가 절로 나옴.

사실 멍청하나 나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릴리에게 자기 의심의 씨앗을 뿌린 것은 셀든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