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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1

책리뷰 - 기쁨의 집 (이디스 워튼)

릴리라는 인물이 속물에 황새 쫓아가는 뱁새였던 것은 맞고. 그래서 멍청한 행동만 계속하는 릴리에게 짜증이 났는데, 다 읽고 나니 셀던이 제일 싫다. 아주 그냥 의심의 캐릭터다. 

셀던의 '실험적' 방해만 없었더라면, 릴리는 진작에 결혼해서 잘먹고 잘살았을텐데. 꼬시는건지 아닌지 계속 헷갈리게 하면서, 우리가 결혼하려면 릴리에게 네가 뭔가를 포기해야한다고 끊임없이 현학적으로 빈정대고. 자신은 도대체 뭘 포기했지?

욕심 많은 로스데일에 비해 셀던이 뭐가 나은지...... 최소한 로스데일은 릴리의 허영을 뒷받침해줄 "능력"있고, 릴리의 진심을 알긴 알고, 돌아가는 상황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리고 도움은 안되었을 망정, 자신이 도울 수 있는 한에서는 릴리를 안타까워하고 도우려고 노력이라도 했다고. 문제는 릴리가 좋아하는건 어떤 이유에서인지 셀던이었다는게 문제였지.

그에 비해 셀던은 상황파악 안되고, 귀얇고, 부자도 아니고, 사치스러운 여자가 무서웠으면서도 또 눈은 높고, 자기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릴리보다 어쨋거나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릴리는 쓸모없는(?) 동정심/명예/허영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셀던에게 "증명" 했고, 결국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거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셀던이 릴리때문에 포기한건 끝까지 지켜봐도 하나도 없다. 

릴리가 화해를 청하자 셀던이 또 쌩뚱맞게 너 결혼하냐고 묻는 장면은, 릴리라는 인간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릴리가 자신의 결혼상대인가 아닌가에 대한 관심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순간은 릴리가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는 순간인 것을. 그걸 무슨 자기한테 사랑고백한거라고 생각한건지. 그것도 그 당장도 아니고 그 다음날 청혼을 하러 가는 것도 어이 없고. 또 마지막 순간까지 릴리가 쓴 편지를 보고 의심..야 됐다!! 소리가 절로 나옴.

사실 멍청하나 나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릴리에게 자기 의심의 씨앗을 뿌린 것은 셀든인듯.

2024-12-18

책리뷰 - 행운에 속지 마라 (나심 탈렙)

2011년에 "블랙스완"을 써서 유명해진 나심 탈렙이 2001년에 낸 책. 원제 Fooled by Randomness로 번역하면  '(우리는) 무작위성에 속고있는 중이다' 정도가 될 듯.

블랙스완의 내용과 겹치는 점이 많고, 좀 비슷한 스타일로 쓰여는데 블랙스완이 좀 더 재밌게 쓰여지긴 했다. 다방면으로 철학적 discussion을 하는 것은 블랙스완이 더 재미있고. 이 책은 살짝 약한 연습 version같은 느낌이 있다.

주 내용은, 성공이 행운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니까 한번 성공했다고 그 방법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말라는 것이고. 무작위성(randomness)에 대한 연구자라고 본인은 주장하는 만큼, 무작위성에 대한 내용을 일반인도 좀 쉽게 이해하도록 좀 친절하게 설명해준 것 같다 (블랙스완에서는 어쩐지 덜 친절함). 

블랙스완에서는 똑같은 randomness에 대한 얘기를 하고 똑같은 principle이지만, 대신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안실패한다고 생각하지말라, 큰 불행이 올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전개하였는데, 블랙스완의 방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일이 더 관심이 많아서일까? 큰 행운이 생긴다는 얘기보다 큰 불행이 생긴다는 얘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니까. 

(블랙스완에서는 '블랙스완'이나 터키라는 눈에 보이는 것 같은 example과 Gaussian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비판, 그리고 다양한 철학적 stance를 보여주기위한 각종 캐릭터들, 그리고 자신의 memoir를 철학적 주장과 매우 교묘하고 신기하게 섞어놓은 뭐라 categorize하기 힘든, 이렇게 글을 풀어놓는 방식이 새롭다. 그리고 더 제멋대로라고 할까. Fooled By Randomness는 좀 더 대중적으로 읽히고 싶어서 쓴 책이고 블랙스완은 정말 더더 독자 눈치 안보고 쓰고 싶은데로 멋대로 자기 성향대로 최고로 잘난 척하면서 쓴 것 같은데도 더 재밌다)

블랙스완에서는 인간이 randomness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 어떤 상황에서건 설명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biological한 약점, 역사라는 것은 그때 그 순간에 일어난 일들을 순차적으로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참 후의 '결과물'을 본 다음에만 이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 Gaussian을 좋아하는 또는 normal model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공격이 더 늘어났다. (그동안 behavioral economics가 발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Taleb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는지도.. 아니면 그동안 더 명성을 쌓아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인가.)



2024-09-21

책리뷰 -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기 (강우신)

월급쟁이가 떼부자로 은퇴할 수는 없겠지만, 은퇴 후에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직장이 없을 때에도 안정적이고 원활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돈/인맥/건강 관리를 하라는 얘기. 

돈을 만들기 위해서 투자도 해서 재산을 불리고. 은퇴 후 제2의 직업도 미리 계획하고. 은퇴 후에는 아무래도 아프기도 쉬우니까 건강 관리도 미리 열심히 하고. 인맥도 다 재산이니까 열심히 관리하고. 이렇게 준비해서 나중에 필요한 돈이 나올 수 있게 해놓으라는 조언들...어떻게 보면 지루하고 평범한 조언들이지만, 결국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중요한 거 아닐까. 

사람들이 흔히들 듣기 좋아하는 것 같은, "누가 얼마를 어떻게 벌었대드라"하는 그런 자극적인 얘기는 안나온다. 하지만, 자산관리가 직업인 저자가 업무를 통해서 수없이 보고 들은 '성공적'으로 은퇴한 케이스들이 있고, 여기서 나오는 공통적 특징을 배우는게, 한 두 가지 특이하고 재밌는 '대성공' 케이스를 듣는 것보다는, 평범한 월급쟁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2006년 책이라서, 투자에 관한 내용이 조금 옛날 트렌드이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렇진 않다. 그리고 돈에 관한 얘기 이긴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돈에 관한 얘기 만은 아니라서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2024-09-13

책리뷰 - 오늘의 화학 (조지 자이던)

많이 가공된 음식이 정말 몸에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나쁜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와 관련된 과학에 대한 책이다. 

저자의 결론은 신문에서 떠드는 각종 "과학"(이라고 부르는) 기사(사실은 거의 광고)들을 너무 믿지 말라는 것. 대신 FDA나 CDC에서 나쁘다 또는 위험하다고 하면 그건 확실히 알려야할 만큼이나 과학적으로 나쁘다는게 거의 증명된 것이므로 주의해서 들어야한다! 말로만 과학적인 척 하는 수많은 연구 결과(실과제로는, 광고/그냥 흥밋거리 기사)에 흔들리지 말라는 것.  

건강 관련 뉴스는 항상 돈이 되어왔던 것 같다. 예를 들어, 1876년 책인 "톰 소여의 모험"에도 건강 뉴스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작가인 마크 트웨인이 어렸을 적의 이야기라고 하니까, 1800년대 초반의 얘기임에도, 주인공 톰을 길러주는 폴리 이모님이 그 시절 신제품이었던 "진통제"니 "목욕 요법"이니 하는 유행을 열심히 따라가고 이런 것을 알려주는 건강 관련 잡지까지 구독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물론 허구의 소설이긴 하지만, 이렇게 건강 관련 뉴스에 열광하는 독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했고 그래서 그런 기사도 계속 나오는 듯. 이렇게 유구한 역사의 가짜 과학(적인듯이 보이는) 광고들 때문에 정말 진지하게 과학하는 사람들만 오명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과학한다"는 사람들이 다 옳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 과학적 방법을 적용할 때에 현실적인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 "틀림을 증명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는 그나마 가장 사실에 가까운 정보를 얻기 위한 가장 유용한 방법이 과학이긴 하다. 

이 "오늘의 화학" 책에서는, 여러 과학적 방법을 해석할 때의 문제점이나 일반적인 과학자들이 publish하려고 할 때 쓰는 "속임수"들 (예를 들어 p-hacking)에 대해서 비교적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책의 결론은, 그렇다고 건강한 생활 습관(예를 들어, 너무 많은 붉은 고기, 당, 포화지방을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 좀 복잡하게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게, 작가가 정말 "과학하는" (결론 내기 어려운 증거에 대해서는 왠만하면 결론 내려고 안하는) 사람이라서 그런듯 :) 

이러니까 과학이 어려운 거 아닐까. 증거가 엄청 쌓이기 전에는 과학자들은 쉽게 결론을 내주지 않으니까.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이야 정말 증거가 너무 너무 많아서 이건 거의 참이다 이런 내용들만 나오는 거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들은 정말 아무나 붙잡아서 대충 실험하라고 해도 진짜 신기하게도 찰떡같이 p-value가 낮게 나오긴한다) 간단히 말하면, 교과서에 안 실린 내용들은 아직 현재 연구 중인 주제들이고 아직 모르니까 계속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아서 걸러 들어야한다. 

가공 음식이라던가, 자외선 차단제 등의 '화학 제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여기저기 언론에서 떠드는 내용에 대해서, 그런 기사의 근거가 되는 과학적 방법을 이해하면서 정보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다.

2024-08-25

책리뷰 - 몸은 기억한다 by 베셀 반 데어 콜크

저자는 트라우마(전쟁/아동학대/대형사고 등)로 인한 개개인의 문제 행동들을 제각각의 성격 장애로 보지 않고,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생물학적 결과로 본다. 즉 트라우마의 결과로 뇌가 타격을 받은 이후 적절히 치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성적인 뇌와 정서적 뇌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여 여러가지 정신적 또는 육체적 문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트라우마에 관한 괴로운 경험, 그리고 그 이후에 나타나는 안타까운 반응에 대한 내용을 읽기가 좀 힘이 들었다. 트라우마로 인한 생물학적 결과와 그에 따른 행동변화라는 연결 고리를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서 이해하고 확인하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는 없는 과정이지만, 쉽진 않았다. 단순한 독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고통스러운 얘기들을 보고 듣는 데에 처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그래서 다른 책들보다 매우 더디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치료의 접근법은 좀 동양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개별적 증상과 그 증상 완화를 회복의 목표로 두지 않고, 다양한 증상을 아우르는 기저의 원인을 처리하는 접근법이다. 어떤 모델로 트라우마 회복이라는 주제에 접근할 것 인가 그 자체는 그닥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델을 사용하건 효과 있는 방법은 효과가 있는 것이니까. 

약물로 증상을 완화 시키려는 화학적 치료법이 대세인 상황에서, 저자는 이성적/정서적 뇌의 통합을 추구하고 치유하는 좀 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안전한 환경 하에서 아직 처리되지 못한 트라우마 관련 정보를 재처리 한다던가, 몸과 뇌에 좋은 경험을 추가하는 트레이닝 등의 방법인데, 물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방법들이긴 하다. 기록 차원에서, 주요한 치료 방법 들을 정리해 보았다.

 (1) 트라우마를 다시 처리하는 기회를 주는 방법: 언어의 힘을 이용한 진정 (자기자신에 대한 자유로운 글쓰기), 언어 외적인 힘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방법 (그림/음악/춤),  안구 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을 통한 트라우마 재처리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 아마도 REM 수면과 비슷한 몸의 상태를 유도해서 재처리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아보인다)

(2)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여러 개의 내적 자아에 대한 리더쉽을 찾는 법 (흩어진 마음을 찾고,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동양철학 적이기도 하다)

(3) 마비된 감각/느낌/생각/좋은 피드백을 다시 결합하는 트레이닝: 마사지, 요가,  과거와 재접촉하여 트라우마로 인해 텅빈 내면을 스스로 채우기, 뉴로피드백 (명상과 비슷한 것 같다)

(4) 공동체가 함께하는 의식: 연극에 참여하여 표현하고 공감하기

이 책에 나온 각종 치유법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중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시도해보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2024-07-21

책리뷰 - 최소 노력의 법칙 by 그렉 맥커운

어느 순간부터, 일을 한다는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은 없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피.곤.하.니.까! 

하지만 그러다 보면 좁은 시야 때문에 뭔가를 놓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금은 단조로울 수 있는 이 책의 제목이 흥미롭기도 하다. 어떻게 노력 좀 안하고 좋은 건 없는지 항상 궁금하니까...

이 책에서 제안하는 대로, 복잡한 것을 간소화 해서 내용을 정리하자면, 

번아웃 될 때까지 완벽주의적으로 무작정 일하지 말고, 

복잡한 일을 간소화 하고 기본 원리에 집중을 해서,

더 쉬운 방법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라.

는 책이다. 결국 그러고 보니 일하라는 책... 일합시다! :)

세상을 좀 쉽게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얘깃 거리가 가득하다. 내용에 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쉽게 가자는 주장에 대해선 시간 들여서 생각해 볼 만하다. 일은 다 복잡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쉬운 길이 있는데도 어려운 방법 만을 파고 있을 때가 있으니까.

2024-07-07

책리뷰 - 평생 현금이 마르지 않는 투자법 by 박성현

평범한 finance관련 self-help book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그냥 흥미 위주의 책은 아니었고,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돈이란 건 결국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과 투자에 대해서 최소한 객관적으로 맞는 방향의 얘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얘기들만 해서 '나처럼 하면 돈 벌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나만 아는 비법을 전수해준다'는 책들에 비해서 좀 지루하긴 하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 기본적인 얘기 들을 조근조근 친절하게 늘어놓는 방식이 맘에 든다.

여러가지 좋은 조언들이 있었지만, 다양한 cash flow channels를 만들어가라는 조언이 와 닿는다.

2024-04-30

오늘의 구절 - 타이탄의 도구들

신이 인간에 대한 벌로 '노동'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노동을 '미덕'으로 왜곡한 것은 청교도들이었다. --팀 페리스 (2017) 타이탄의 도구들


노동절을 맞아, 노동의 본질이 뭔지를 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유용성과 생산성과 속도를 추구하는게 좋은 일인건지 뭔지 좀 멈추고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야지.

2024-01-06

요약 -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1905)

사람이 자기가 필요한 돈 이상으로 돈을 버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나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면서 필요한 이상으로 자본을 쌓으려는 이유는?

이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은, 1905년 당시에 자본주의가 상대적으로 더 발달했던 미국이나 네덜란드 등의 지리적인 위치가 기독교 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들이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독교의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 영원한 내세에 대한 개인들의 관점의 변화가, 현대 자본주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 교회에서 행해지는 주술적 행사를 통해서 교인들이 회개의 기회를 얻고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개념이 깨어지면서, 유럽 교회와 성직자의 영향력은 약화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문제의 칼뱅주의의 "예정론"--누가 구원을 받을 지는 이미 신이 정하였다는 개념--이 생겨난다. 교회 조직의 "도움"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기독교에서의 구원의 문제는 철처히 신과 나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환된다. 개개인의 신자들은 자신들이 선택된 존재로서 구원을 받고 영생을 얻을 것이냐는 끊임없는 질문을 시작하게 된다.  

16-17세기의 개신교 신자들은 현세에서의  "성공적인" 삶이 선택의 "증거"라고 믿기 시작한다. 여기에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청교도적 믿음이 추가된다. 영원한 내세를 꿈꾸며 속세에서의 "성공"으로 모여진 자본은, 금욕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직된" 삶 속에서 점점 쌓여가게 된다. 

충분히 모여진 자본과, 노동을 신이 주신 소명으로 성실하게 수행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종교적 고용자들과, 성실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신이 주신 소명으로 생각하는 종교적 고용주, 이 세 요소들이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고, 이것은 자본주의의 발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종교적 세계관의 영향력은 소멸된 지 오래이지만, 그 정신적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2022-11-23

웹툰리뷰: 단지

단지는 가족내에서의 각종 문제(차별, 권위주의, 성평등, 가부장제, 아동학대, 가정폭력)에 대한 웹툰인데.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해서 한번은 꼭 보고 싶었다. 

보고 나서의 감상은..너무너무 좋다, 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괜찮았다. 물론 마음은 좀 무겁다.

물론 자극적인 소재들이지만, 성의없이 만든 웹툰이나 케이블채널의 쇼처럼, 감정을 막 흔들어대면서, 너도 한번 울어봐라는 식은 아니다. 주인공은 최대한 담담히 얘기하는 것처럼, 그리고 독자는 그 얘기를 듣는 것처럼 것처럼 그려져있다. 하지만 최소한 단 먹거리라도 먹어가면서 가라앉는 감정은 조절해야하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 

드라마틱 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서, 뭔가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는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결론이 나거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없고, 이런 힘든 일이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냥 비슷하다는 수준에서 끝나긴 했지만. 그런 시도도 새로운 것이긴 하고 (2010년 중반 웹툰이니 이미 새롭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그런게 현실이긴 하니까.

아마도 남의 감정이 아닌 날것의 본인의 감정이라서 더 "재밌게" 그리지 못했을 것 같고, 그래서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것 같다.

이런 문제가 아주 보편적은 아니라고 해도, 단순하게 특이한 한 가정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자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문화적 문제점을 웹툰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조명을 해보았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 아니었을까.  

마지막까지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지만. 과연 그런 질문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상한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고. 어떻게 하면 더이상 피해를 당하지않고, 고리를 끊고, 이제부턴 살아남은 자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그런 얘기를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2022-10-19

책리뷰: 외국어 잘 하는 법

ISBN : 1170248802

우선 저자에 대해서 알아보면, 이름은 지노 에이이치. 체코어를 중심으로 한 슬라브어를 연구하는 일본의 언어학자. 언어학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다양한 외국어를 말도 안되게 빨리들 배우던데. 이 사람은 본인 입으로 본인은 그런 언어천재는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언어 연구를 위해서 많은 언어를 습득해온 경험에서 얻은 외국어 잘 하는 비법을 공유한다고 하니, 우선은 믿고 읽어보았다. 

외국어를 잘 배우는 방법은 (1) 그 외국어를 배워서 뭘 하려고 하는 것인지 어떤 용도로 배우려는 것인지 그 목적이 확실한 상태에서, (2) 어휘를 최대한 빨리 무작정 외워서 늘이고, (3) 기본 문법은 언어사용법을 익히는 지름길이니까 꼭 배우고, 까지가 기본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기본적인 이야기이긴 하다

그 이후에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 관련 문화를 알아야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하지만, 우선 이런 것들을 제쳐놓고, 영어라는 언어에 대해서, 왜 이거배우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목차

1 들어가며――외국어 습득에는 요령이 있다

2 목적과 목표――왜 배우는가, 도달점은 어디인가

3 필요한 것――‘어학의 신’은 이렇게 말했다

4 어휘――기억해야 할 1,000개의 단어란

5 문법――‘사랑받는 문법’을 위해서

6 학습서――좋은 책의 조건은 이것이다

7 교사――이런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다

8 사전――자신에게 맞는 학습사전을

9 발음――이것만은 시작이 중요

10 회화――실수는 누구나 하기 마련이라고 각오하고

11 레알리에――문화·역사를 알지 못하면

12 요약――언어를 알면 인간은 성장한다

후기

역자후기

2020-11-06

책리뷰 -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성공하는 사람들은 잘 자기 위한 준비도 한다는데...잘 자는 법에 대한 책을 한 권 소개합니다.

제목은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인데, 저자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 잠깐 찾아보았습니다. 저자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소에서 동물을 이용해서 수면에 대해서 연구해왔고 현재는 은퇴한 교수님 이시라니, 읽어볼만할 것 같네요.

책 자체의 내용을 요약하면, 수면의 생리학적 변화를 이해해서 깊은 잠을 자는 구간에서 잘 자자 입니다.

자는 동안 깊은 잠(non-REM,)과 얕은 잠(REM)의 사이클이 반복되는데, 논램-램의 시간이  약 90분, 그리고 하룻밤에 논램-램이 약 다섯 번 반복 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 논램이 매우 중요하고, 길게 못자는 상황이라면 첫 번째 논램이라도 잘 자면 좋다고합니다. 유용한 정보네요.
 
가장 중요한 정보만 요약하면,

잘 자려면, 졸릴 시간(12시쯤)에 맞추어,
  1. 체온을 낮추고 (예, 손발을 따뜻하게하여 모세혈관으로 열발산, 목욕으로 잠시 체온을 높였다가 몸이 체온을 낮추도록 함), 
  2. 뇌의 부교감신경(늘어진 상태)을 활성화합니다 (예, 호흡, 지루한일 하기).
또한, 깨어 있을 때는 잘 자기위한 것의 반대, 즉, 체온은 높이고, 교감신경(긴장 상태)을 활성화하여, 자야할 때에 더 잘 잘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고보니, 수면양말신고 자다가 양말들이 사라지는거, 이거 체온조절 방법을 나름대로 습득해서 쓰고 있었던 것이군요.

2014-11-06

제인 오스틴의 '설득'

제인 오스틴이 제일 마지막에 쓴 작품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전 소설들에서 한번 나왔을 법한 장면들이 여기저기 나와요.

예를 들면,
  •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말을 한다.
  • 그 유명한 삼각+알파 관계:
    • 착하고 똑똑하고 잘생긴 좋은 사람인듯한 알고보면 돈만 아는 나쁜 남자가 여주를 좋아한다.
    • 남주를 좋아하는 착하지 않고 안똑똑하고 안예쁜 여자가 있다.
    • 남의 가까운 친구는 여주와 터놓고 얘기하는 친구사이가 된다.
  • 조금 불편한 상황에서 갑자기 만나는 남녀 주인공. 왠지 불편해서 둘다 두근거림. 이 두근거림이랑 사랑의 감정이랑 헷갈리지말라고!
  • 남녀 차이에 대한 열띤 토론.
  • 남자주인공이 뒤돌아 앉아서 편지쓰는 장면. 이 시절에는 남자가 편지쓰는 것이 특별히 멋있는 행동이었나?

근데 도대체 어떻게 젊은 남자들이 다 캡틴인지. 요즘 드라마에서 젊은 남자들이 다 실장님인거랑 비슷한건가? 오스틴 소설의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설엔 돈많은 사람들얘기만 나오죠. 노동해서 돈벌어야하는 사람 얘기는 거의 없어요. 있어도, 아부 잘한다, 밸도 없다는 평가 정도? 그래도 다른 오스틴 소설에 비해서 여기선 전에 한번 사귀었던 커플이라 그런가...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 대한 마음을 점점 키워가는 것이 잘 묘사되어 있어요.

앤이 무지 예뻣던 8년전 10대 후반에 웬트월쓰랑 사귀다가 웬트월쓰가 청혼을 했었는데 그땐 가난하고 작위도 없는 일개 군인이었기 때문에 거절을 했는데, 지금은 앤네 집은 작위있을뿐 망해서 저택도 세를 줬는데 하필이면 세입자가 웬트월쓰 누나네 해군제독부부예요. 웬트월쓰는 그동안 승승장구해서 지금은 해군 캡틴으로 돈도 많이 벌었어요. 그러니 앤은 웬트월쓰가 돌아왔어도 뭐 말을 못하는거죠. 게다가 너무 시간이 지나서 못알아봤다니 뭐. 앤도 자존심이 있죠...게다가 어리고 예쁜 사돈처녀들이 웬트웰쓰가 좋다고 난리들이고. 앤은 구석에 조용히 가만히 있을 뿐이었죠.

그러던 와중...
  1. 라임 바닷가에서 잘생긴 어떤 남자가 (미스터 엘리엇으로 나중에 밝혀짐) 앤을 뚫어져라 쳐다보니까 캡틴 웬트월쓰가 살짝 질투남
  2. 사돈처녀 루이자가 웬트월쓰에게 관심받으려고 바보짓하다 다쳐서 모두 당황해서 멍해져있을때 앤 혼자서 진두지휘하는거 보고 웬트월쓰는 앤이 멋있다고 생각함 (다들 그래도 캡틴이라면서 왜 그모양...앤이 군인이었으면 장군감...) 
  3. 비오는날 바쓰 거리에서 앤을 우연히 만나서 얘기 좀 하려는데 미스터 엘리엇 (그때 그 바닷가 남자) 나타나서 앤을 데려가서 질투남 
  4. 콘서트에서 앤을 만나서 예전 사귀다 헤어진 이후 처음으로 진지하게 얘기좀 하고 둘다 막 신나하는데 그날따라 미스터 엘리엇이 날 잡았다고 앤옆에 달라붙어서 앉아서 "사실 직접 알기전 아주 옛날부터 널 좋아했었다"고 작업걸고 멀리서 이걸 보는 캡틴 웬트월쓰는 매우 질투나서 콘서트 끝나기도 전에 화나서 나가버림
  5. 다시 만났을 때 감정격앙된 웬트월쓰는 암묵적으로 둘다 회피하던  "8년반은 정말 긴 시간이다" 이런 얘기까지 꺼냄 (날짜 세고 있었다는 증거, 이거 오만과 편견에도 나오지요 빙리가 날짜 세고 있던거)
  6. 8년 반이 길기도 하고, 그동안 자기가 다른 여자들이랑 연애비스무리하는 동안 앤이 질투안하는거 보고 당연 앤이 자기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앤이 자기 친구랑 얘기하면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못잊는다"이런 얘기하는 걸 듣고 용기를 얻어서 연애편지 전달.
  7. 그다음은 뭐 추리소설의 범인을 찾은 이후처럼, 모든 얘기를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 서로 좋아해왔다고 "이제는 말할수 있다"는 시간.

그런데 뭘 설득한건지...제목이 '설득' 보다는 '질투'가 더 어울리지않나요?

관련글: 영드 남과 북 vs. 오만과 편견

2014-07-15

피로사회 - 누가 루저인가

책 제목에 참 공감이 갑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다보면 어느순간 나가떨어져서 심리적으로 우울한 증상까지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한 책입니다.

갈수록 남과의 경쟁도 아니고 자신과의 경쟁을 요구 당하는것 같아요. 긍정적인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고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면서 달려나가지 않는다면 "loser"취급을 받게 되는게 현대 사회인 것 같습니다.

난 할수있다고 외치면서, 성과, 효율성을 내세우면서 그렇게 달리다가, 어느순간 느끼는 우울함은, 내가 이전에 세운 지뢰찾기 최고기록을 깨기 위해 한 여섯시간 열심히 지뢰찾기를 한 다음에 느끼는 눈의 뻑뻑함 같은 것은 아닐까요...




2014-07-02

Getting Things Done - 스트레스 없이 생산성 높이기

옷장에는 옷이 넘치는데 뭘 입을지 모르겠는것처럼, 일들은 항상 넘치는데 무엇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지요. 이럴 때 일을 어떻게 정리 정돈할 것이냐, 하는 책입니다.

넘치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건 인간의 능력 밖이라는게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답니다. 인간이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7개정도라고, 1956년에 조지 밀러(George Miller)가 쓴 유명한 논문 "마법의 수 7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2 (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에도 나오거든요.

이 책에서는 일을 정리할 때 "실행할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합니다. 이런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기술들을 제시합니다. 아래는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들입니다.
  • 업무에 효과적인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라 (필요한 물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 무슨 일이 있는지 다 파악을 해서 눈에 보이게 죽 늘어놔라 (그게 업무리스트이건 사물이건), 그럼 중요하고 아닌 것이 판단이 될 것임.
  • 일 리스트를 만들 때 애매모호한 명사들로 만들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제로 행동해야하는 동사로 바꿔서 리스트를 만들어라.
"자기계발서"이긴 하지만, 말이 좀 되는 책이라서 그런지, 전세계에 이 책의 추종자도 많답니다. 하지만 한국어 제목은 좀 산만하죠.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일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법)"이라니...걍 "업무 정리 정돈"이 더 낫겠네요.


2014-06-29

Mythical Man-Month - 왜 프로젝트 일정은 미뤄지는가

Question: How does a large software project get to be one year later?
Answer: One day at a time!
--The Mythical Man-Month by Fred Brooks

질문: 어떻게해서 어떤 큰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는 완성에 일년이 늦어지는가?
답: 한 번에 하루씩.
--Brooks의 The Mythical Man-Month에 나오는 구절

아 찔리네요.

1975년 책인데도 왜 지금이랑 별로 안다른거 같죠?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사의 핵심을 찌르는 작품은 문학이든 공학이든 유효한거 같네요.

2014-06-23

위대한 개츠비 -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But I didn't call to him for he gave a sudden intimation that he was content to be alone--he stretched out his arms toward the dark water in a curious way, and far as I was from him I could have sworn he was trembling. Involuntarily I glanced seaward--and distinguished nothing except a single green light, minute and far away that might have been the end of a dock. When I looked once more for Gatsby he had vanished, and I was alone again in the unquiet darkness.
     그러나 나는 그를 [개츠비를] 부르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가 혼자 있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신호를 갑자기 보였기 때문이다--그는 이상한 방식으로 두 팔을 어두운 물쪽을 향해 뻗었고, 그와 나는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 멀리에서도 나는 그가 떨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도모르게 나는 바다 쪽을 쳐다보았다--그리고 아무것도 안보이는 가운데 오직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 아마도 어떤 도크 끝에 있는 아주 작고 멀리 떨어져있는 불빛,만을 보았다. 내가 다시 한 번 개츠비를 찾아보았을 때 그는 이미 사라져버렸고, 나는 불안정한 어둠 속에 또다시 혼자였다.

위대한 개츠비의 1장의 마지막 부분인데, 이 부분이 소설 전체 내용의 요약같아요.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고자 버둥대던 개츠비는 어느순간 사라져버리고 나(화자)는 속물적인 인간들 틈바구니에 혼자 남는다는 거죠.

개츠비는 영웅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고, 현인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기꾼에 거짓말장이로, 허영떨면서 자신을 과시하지만 찌질하고, 집착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가, 누명을 뒤집어 쓰고 의미도 없이 죽어요.

하지만 끌립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꿈을 믿고, 그 꿈이란게 비록, 데이지와의 불륜관계를 완성한다는 부질없는 것이었지만, 나름대로는 인생을 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정말로 애처롭게도 열심히 살아왔거든요.

소설은 이렇게 끝납니다.
     Gatsby believed in the green light, the orgastic future that year by year recede before us. It eluded us then, but that's no matter--tomorrow we will run faster, stretch out our arms farther. . . . And one fine morning----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 우리 앞에서 한 해 한 해 멀어져가는 그 꿈같은 미래,를 믿었었다. 그리고나선 그것은 우리에게서 달아났지만, 하지만 그건 상관없다--내일이 오면 우리는 더 빨리 갈 것이고, 우리의 두 팔을 더 멀리 뻗을 것이고. . . . 그리고 새로운 아침이 오고----
     그래서 우리는, 물결의 반대방향으로 가는 배들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가면서, 계속해서 노를 젓는다.
우리도 매일매일 열심히 노젓고 있잖아요. 그래서 사기꾼 개츠비를 보면서도, 데이지가 집 도크의 초록 불빛으로 마치 개츠비에게 오라고 신호를 보내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 닿을 수 없는 초록 불빛에 도달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쥐어짠 그에게, "그래그래 너 너무 열심히 살았다. 너 대단하다." 하고 인정을 안해줄 수가 없는거죠.

2014-01-09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뇌가 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조종한다고 가정하면, 뇌를 다 분석하고 나면 인간이란 생명체를 이해했다고도 할 수 있겠죠. (물론 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건 아직 가설일뿐이고, 이게 마치 기정사실인양, 뇌 특정부위에 얼마나 많은 산소가 공급되고 있냐와 사람의 행동의 연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은근슬쩍 바꿔버리는 연구들은 당연히 문제가 있습니다. ) 인간 뇌를 직접 조작해서 실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으므로, 대신 뇌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관찰해서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 지를 역으로 알아냅니다. 예를 들어, 영화 메멘토의 모델로도 유명한 환자 HM은 뇌수술이후 의도하지않았던 부작용으로 새로운 정보를 전혀 기억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그를 통해서 인류가 기억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작가는 신경전문의로서 HM과 비슷한 다양한 환자를 만난 경험을 그립니다. 뇌과학의 지식을 줄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밑바탕에 인간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과연 인간성이란 뭐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간으로서 느끼고 인식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 같지만, 이야기속의 여러 환자들의 상황을 보면, 사실은 여러가지 기능이 정교하고 오묘하게 조화가 되어야지만 가능한, 정말 축복할만한 일이지요.

이렇게 인간성이라는 것이 원래는 신실하고 숭고한 것 같은데, 일상을 문제없이 살아가는 일반 보통 사람들은, 그 오묘한 조화를 모두 갖추고도 "환자"들에 비해서 더 인간답게 살고 있는 걸까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10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이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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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4

더 시크릿 - 비밀은 없어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쩐지 미스테리 러브스토리 소설인거 같아서 전혀 관심이 없던 책입니다. 오늘 우연히 아마존에서 이 책을 검색해보니...매우 재미있네요! 책 설명 자체가 참으로 기이해요.

그래서 오디오북 샘플을 클릭했는데....우와, 기이함을 넘어 괴이합니다. 분명 내가 듣고 있는게 책 내용일텐데, 이게 책 선전인지 내용인지. 또 음악은 무슨 신비 아련 "마인드풀" 넘치는 음악을 깔고. 도대체 the Law of Attraction이 뭔가요....뭐 안되는게 없고, 세계 최고고. 만병통치약인가? 세상에 유명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는 거라는데, 프리메이슨 스럽기도 하고. 뭐라뭐라 떠들어도 다 요약해보면 "하면된다!"인 그런 뻔한 강연들 같기도 하고. 왠지 코메디 Arrested Development에 나오는 조지 블루쓰 시니어가 파는 종교비디오 같아요...삼천개도 넘는 리뷰를 보니까 확실히 베스트셀러이고, 확실히 그 셀러들은 돈 많이 벌었겠네요.

어디선가 사기의 냄새가 물씬 나는데... 왠지 책 끝까지 읽어 봐도 그 비밀이 뭔지는 비밀일거 같아요. 이상 책 프리뷰에 대한 리뷰였습니다.


2013-07-06

총균쇠: 부자되는 법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원래 새에 관심많은 학자여서 뉴기니에 매우 자주 가서 새를 관찰하고 또 그 쪽 원주민과 교류를 할 일이 많았다고 하네요. 30년 전의 젊은 다이아몬드에게 또다른 뉴기니 젋은 친구가 던진 질문--왜 너희들은 부자인데 우리는 부자가 아닌거야? 이것은 그의 평생의 연구주제가 됩니다.

그는 매우 독특한 이유를 찾아냅니다. 이건 그저 운이다.라는 거죠. 누구는 똑똑하고 누구는 멍청해서, 또는 누구는 부지런하고 누구는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거죠.

더 영양이 많은 곡물(밀, 쌀)이 자랄 수 있는 기후, 더 힘쎄고 쓸모있는 동물(소, 말)이 자랄 수 있는 자연 환경. 그리고 그로인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지게 된 시간과 자원에서 나온 철기 기술과 총. 또 그러한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균. 이런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조건들이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인간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광대하게 분석하는 책이기 때문에 매우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추가로, 다큐멘터리도 보았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총, 균, 쇠의 현실적 영향이라는 것이 무미건조한 분석을 넘어서서 아직도 생생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총 균 쇠 (반양장) - 10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사상사

총 균 쇠 (양장) - 10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사상사
똑같은 책인데 반양장이 더 싸네요. 반양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