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6

제인 오스틴의 '설득'

제인 오스틴이 제일 마지막에 쓴 작품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전 소설들에서 한번 나왔을 법한 장면들이 여기저기 나와요.

예를 들면,
  •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말을 한다.
  • 그 유명한 삼각+알파 관계:
    • 착하고 똑똑하고 잘생긴 좋은 사람인듯한 알고보면 돈만 아는 나쁜 남자가 여주를 좋아한다.
    • 남주를 좋아하는 착하지 않고 안똑똑하고 안예쁜 여자가 있다.
    • 남의 가까운 친구는 여주와 터놓고 얘기하는 친구사이가 된다.
  • 조금 불편한 상황에서 갑자기 만나는 남녀 주인공. 왠지 불편해서 둘다 두근거림. 이 두근거림이랑 사랑의 감정이랑 헷갈리지말라고!
  • 남녀 차이에 대한 열띤 토론.
  • 남자주인공이 뒤돌아 앉아서 편지쓰는 장면. 이 시절에는 남자가 편지쓰는 것이 특별히 멋있는 행동이었나?

근데 도대체 어떻게 젊은 남자들이 다 캡틴인지. 요즘 드라마에서 젊은 남자들이 다 실장님인거랑 비슷한건가? 오스틴 소설의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설엔 돈많은 사람들얘기만 나오죠. 노동해서 돈벌어야하는 사람 얘기는 거의 없어요. 있어도, 아부 잘한다, 밸도 없다는 평가 정도? 그래도 다른 오스틴 소설에 비해서 여기선 전에 한번 사귀었던 커플이라 그런가...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 대한 마음을 점점 키워가는 것이 잘 묘사되어 있어요.

앤이 무지 예뻣던 8년전 10대 후반에 웬트월쓰랑 사귀다가 웬트월쓰가 청혼을 했었는데 그땐 가난하고 작위도 없는 일개 군인이었기 때문에 거절을 했는데, 지금은 앤네 집은 작위있을뿐 망해서 저택도 세를 줬는데 하필이면 세입자가 웬트월쓰 누나네 해군제독부부예요. 웬트월쓰는 그동안 승승장구해서 지금은 해군 캡틴으로 돈도 많이 벌었어요. 그러니 앤은 웬트월쓰가 돌아왔어도 뭐 말을 못하는거죠. 게다가 너무 시간이 지나서 못알아봤다니 뭐. 앤도 자존심이 있죠...게다가 어리고 예쁜 사돈처녀들이 웬트웰쓰가 좋다고 난리들이고. 앤은 구석에 조용히 가만히 있을 뿐이었죠.

그러던 와중...
  1. 라임 바닷가에서 잘생긴 어떤 남자가 (미스터 엘리엇으로 나중에 밝혀짐) 앤을 뚫어져라 쳐다보니까 캡틴 웬트월쓰가 살짝 질투남
  2. 사돈처녀 루이자가 웬트월쓰에게 관심받으려고 바보짓하다 다쳐서 모두 당황해서 멍해져있을때 앤 혼자서 진두지휘하는거 보고 웬트월쓰는 앤이 멋있다고 생각함 (다들 그래도 캡틴이라면서 왜 그모양...앤이 군인이었으면 장군감...) 
  3. 비오는날 바쓰 거리에서 앤을 우연히 만나서 얘기 좀 하려는데 미스터 엘리엇 (그때 그 바닷가 남자) 나타나서 앤을 데려가서 질투남 
  4. 콘서트에서 앤을 만나서 예전 사귀다 헤어진 이후 처음으로 진지하게 얘기좀 하고 둘다 막 신나하는데 그날따라 미스터 엘리엇이 날 잡았다고 앤옆에 달라붙어서 앉아서 "사실 직접 알기전 아주 옛날부터 널 좋아했었다"고 작업걸고 멀리서 이걸 보는 캡틴 웬트월쓰는 매우 질투나서 콘서트 끝나기도 전에 화나서 나가버림
  5. 다시 만났을 때 감정격앙된 웬트월쓰는 암묵적으로 둘다 회피하던  "8년반은 정말 긴 시간이다" 이런 얘기까지 꺼냄 (날짜 세고 있었다는 증거, 이거 오만과 편견에도 나오지요 빙리가 날짜 세고 있던거)
  6. 8년 반이 길기도 하고, 그동안 자기가 다른 여자들이랑 연애비스무리하는 동안 앤이 질투안하는거 보고 당연 앤이 자기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앤이 자기 친구랑 얘기하면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못잊는다"이런 얘기하는 걸 듣고 용기를 얻어서 연애편지 전달.
  7. 그다음은 뭐 추리소설의 범인을 찾은 이후처럼, 모든 얘기를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 서로 좋아해왔다고 "이제는 말할수 있다"는 시간.

그런데 뭘 설득한건지...제목이 '설득' 보다는 '질투'가 더 어울리지않나요?

관련글: 영드 남과 북 vs. 오만과 편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