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2

영드 다운튼애비

다운튼 애비 시즌 1은 내용도 너무나 훌륭하고 볼거리도 많아요.

그랜썸 백작네는 딸만 셋이어서 가장 가까운 남자 친족이 그 첫째 딸과 결혼해서 유산과 작위를 상속 받고 또 딸들도 잘 살 것으로 되어있었는데, 그 상속자가 하필 타이타닉호에 탔다가 실종이 됩니다. 그래서 그 다음 상속 순위에 있었던 "상위 중산층" 법률가인 매튜 크로올리가 상속자로 등장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사람들은 너무 귀족이라서 '직업'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주위사람이라는 것조차 신기해 합니다. 백작의 어머니인 매기는 도대체 '주말'이란게 뭐냐고 묻기도 합니다. 귀족들에게는 모든 날이 주말같았겠죠...

그랜썸 백작은 전통을 이어가고 기존의 시스템과 룰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백작부인 코리는 미국사람인데, 둘이 결혼할 당시에는 백작이 코리의 돈을 보고 결혼했지만 어쨋거나 행복하게 잘 사는 커플로 나옵니다. 역사적으로 그 시대 영국 귀족들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지대 받는 것으로는 더 이상 그런 큰 집과 생활방식을 유지할 돈이 안나와서 미국 부자들의 딸과 결혼을 많이 했다고 해요. 처칠의 엄마도 미국부자딸이었다고 하더군요.

엄마, 아빠는 제대로 된 사람들인데 비해서 그 딸들은 세째 씨빌을 빼고는 좀 별로예요. 매튜와 잘될락말락하는 그집 첫째딸 매리는 예쁘고 첫째니까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매력적이라는건지 잘 모르겠구요. 언니에 대한 질투로 바보같은 짓을 하는 이디쓰도 역시 좀 이상해요.

그리고 이들이 살고 있는 다운튼애비에서 일을 하는 하우스메이드 안나와 백작의 개인비서 (발렛)인 베이츠와의 얘기도 재밌고. 못됐지만 백작부인을 너무 좋아하는 부인의 개인메이드인 오브라이언과, 역시 못됐지만 발렛으로 "진급"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풋맨 토마스의 관계도 재밌어요. 이 이외에도 수많은 일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이들 모두가 개성있게 그려집니다.

새로운 상속자로 나타난 매튜와 그 엄마인 이소벨 크로올리가 참 매력적인 인물들인데요. 새시대에 걸맞는 역동적인 사람들이예요. 그랜썸가는 이렇게 새로운 인물들과 투닥되지만 점점 섞여가면서 활기찬 새 미래를 건설하는가 했지만...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더 크고 격렬한 흐름에 휘말리면서 시즌 1은 끝이 납니다.

그 다음 시즌들은 얘기가 흥미위주로 진행되어서 막 극적인 문제가 발생한 후에 뻔하게 해결이 되는 식이구요. 시즌 1에서 많이 발전시켜 놓았던 개개인 등장인물들의 개성들이 그냥 전형적인 이미지들로 바뀌어버려서 좀 시시해져요. 하지만, 시대극이나 영국드라마를 좋아한다면 한 번 볼만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