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5

책리뷰 - 몸은 기억한다 by 베셀 반 데어 콜크

저자는 트라우마(전쟁/아동학대/대형사고 등)로 인한 개개인의 문제 행동들을 제각각의 성격 장애로 보지 않고,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생물학적 결과로 본다. 즉 트라우마의 결과로 뇌가 타격을 받은 이후 적절히 치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성적인 뇌와 정서적 뇌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여 여러가지 정신적 또는 육체적 문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트라우마에 관한 괴로운 경험, 그리고 그 이후에 나타나는 안타까운 반응에 대한 내용을 읽기가 좀 힘이 들었다. 트라우마로 인한 생물학적 결과와 그에 따른 행동변화라는 연결 고리를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서 이해하고 확인하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는 없는 과정이지만, 쉽진 않았다. 단순한 독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고통스러운 얘기들을 보고 듣는 데에 처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그래서 다른 책들보다 매우 더디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치료의 접근법은 좀 동양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개별적 증상과 그 증상 완화를 회복의 목표로 두지 않고, 다양한 증상을 아우르는 기저의 원인을 처리하는 접근법이다. 어떤 모델로 트라우마 회복이라는 주제에 접근할 것 인가 그 자체는 그닥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델을 사용하건 효과 있는 방법은 효과가 있는 것이니까. 

약물로 증상을 완화 시키려는 화학적 치료법이 대세인 상황에서, 저자는 이성적/정서적 뇌의 통합을 추구하고 치유하는 좀 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안전한 환경 하에서 아직 처리되지 못한 트라우마 관련 정보를 재처리 한다던가, 몸과 뇌에 좋은 경험을 추가하는 트레이닝 등의 방법인데, 물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방법들이긴 하다. 기록 차원에서, 주요한 치료 방법 들을 정리해 보았다.

 (1) 트라우마를 다시 처리하는 기회를 주는 방법: 언어의 힘을 이용한 진정 (자기자신에 대한 자유로운 글쓰기), 언어 외적인 힘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방법 (그림/음악/춤),  안구 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을 통한 트라우마 재처리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 아마도 REM 수면과 비슷한 몸의 상태를 유도해서 재처리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아보인다)

(2)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여러 개의 내적 자아에 대한 리더쉽을 찾는 법 (흩어진 마음을 찾고,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동양철학 적이기도 하다)

(3) 마비된 감각/느낌/생각/좋은 피드백을 다시 결합하는 트레이닝: 마사지, 요가,  과거와 재접촉하여 트라우마로 인해 텅빈 내면을 스스로 채우기, 뉴로피드백 (명상과 비슷한 것 같다)

(4) 공동체가 함께하는 의식: 연극에 참여하여 표현하고 공감하기

이 책에 나온 각종 치유법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중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시도해보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