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엄청 인기많안던 미국 남북전쟁 드라마인 줄 알고 보기시작했는데, 이와 전혀 관계없는 2004년 영국 BBC 드라마였지만, 보다보니 재밌어서 쭉 다 봤어요. 남쪽지방 목사의 딸 마가렛(Margaret Hale)이 부모님을 따라 북쪽 공장지대로 이사를 와서 그 도시 방직공장사장 쏜튼(John Thornton)과 만들어가는 러브스토리예요. 그래서 제목이 "남과 북".
두 사람이 "오만과 편견"의 Elizabeth 와 Mr. Darcy랑 비슷해요. 마가렛도 예쁜건 아니지만 반짝반짝하고 당당하고, 쏜튼도 다아시랑 친구먹게 오만하고 잘났어요. 둘은 처음엔 사이가 안좋은데, 남자주인공은 어째서인지 여자주인공에게 반하게 되고 ('이런 여자 네가 처음이야'의 느낌으로?), 그래서 청혼했다가 거절당하고 둘 사이는 상황상 마구 꼬이다가 점차 오해를 풀고 연결이 되면서 끝나죠.
물론 둘 다 BBC에서 만든 costume drama답게 옷이나 장면 묘사가 아주 잘 되어있고, 여주인공 예쁘고, 남주인공 잘생겼고, 배우들이 연기도 잘해요. Downton Abbey의 Bates가 노동자대표격인 Mr. Higgins로 나온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좀 달라요. "오만과 편견"은 물론 부에 의한 계층의 문제를 그리긴 했지만 하층민의 삶이나 영국인들의 삶을 지탱해주던 식민지인들의 삶에 대해선 100% 무관심하죠. "남과 북"에선 그 시대의 상황, 초기 자본주의시대의 방직공장과 그 열악한 환경, 노사간의 갈등, 빈부차, 그당시 신기술인 증기기관에 투자를 할거냐 말거냐의 고민 등등,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 이 두 사람의 연애에 아주 중요하게 얽혀있어요. 뭐 그래봤자 이런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꽤 부자거나 부자부모가 있거나 부자 친구가 있지만...
그래서 매우 그럴듯하면서도 또 매우 코믹한 "오만과 편견"에 비해서, "남과 북"은 매일매일이 사건과 사고에, 명확히 나쁜놈한테 명확히 착한놈이 지는 속터지는 대결, 주인공끼리는 어딜가도 만나고 얽히고, 좀 말도 안되는 막장드라마인데, 그러면서도 내용전개가 아주 빠르고 또 동화같은 면이 있어요. 게다가 4부작으로 짧고. 그래서 머리아프지않게 부담없이 볼만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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