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9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뇌가 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조종한다고 가정하면, 뇌를 다 분석하고 나면 인간이란 생명체를 이해했다고도 할 수 있겠죠. (물론 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건 아직 가설일뿐이고, 이게 마치 기정사실인양, 뇌 특정부위에 얼마나 많은 산소가 공급되고 있냐와 사람의 행동의 연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은근슬쩍 바꿔버리는 연구들은 당연히 문제가 있습니다. ) 인간 뇌를 직접 조작해서 실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으므로, 대신 뇌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관찰해서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 지를 역으로 알아냅니다. 예를 들어, 영화 메멘토의 모델로도 유명한 환자 HM은 뇌수술이후 의도하지않았던 부작용으로 새로운 정보를 전혀 기억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그를 통해서 인류가 기억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작가는 신경전문의로서 HM과 비슷한 다양한 환자를 만난 경험을 그립니다. 뇌과학의 지식을 줄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밑바탕에 인간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과연 인간성이란 뭐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간으로서 느끼고 인식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 같지만, 이야기속의 여러 환자들의 상황을 보면, 사실은 여러가지 기능이 정교하고 오묘하게 조화가 되어야지만 가능한, 정말 축복할만한 일이지요.

이렇게 인간성이라는 것이 원래는 신실하고 숭고한 것 같은데, 일상을 문제없이 살아가는 일반 보통 사람들은, 그 오묘한 조화를 모두 갖추고도 "환자"들에 비해서 더 인간답게 살고 있는 걸까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10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이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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